고시원 화재 생존자 "밖에서 '우당탕'…빗물로 코적셔 탈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3층에서 발화해 2시간 여만에 진화됐으나, 현재까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복도문 벌겋게 달아올라 창문으로 탈출"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진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A씨(59)는 "창틀에 고인 빗물로 코를 닦고 겨우 탈출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건설노동자 A씨는 병원 관계자를 통해 "혼자 3층에서 파이프(배관)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A씨는 탈출 과정에서 이미 뜨겁게 달궈진 문 손잡이와 창틀을 잡았다가 왼손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고시원에서 3년째 거주했다는 A씨는 현재 화재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어 병원 관계자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손에 걸리는 걸 잡고 내려왔고, 창틀을 잡았는데 온도가 너무 높아서 왼손에 화상을 입었다"며 "보통 일을 나가기 전에 오전 4~5시에 일어나는데, 5시 조금 전에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을 떴다가 밖에서 '우당탕'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알려진 3층 출입구에서 가까운 방에 머물렀다는 A씨는 "이미 복도쪽은 문이 벌겋게 달아올라 겁이 나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다행히 전날부터 내린 비로 인해 창틀에 고인 빗물로 코와 입을 적시고 내려왔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고시원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곳으로 방과 복도가 비좁아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창이 좁아서 어깨가 빠지는 데 힘이 들었다"고 탈출 상황을 설명했다.

거주자들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경보기도 고장난 상태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소방서와 종로경찰서 등에 따르면 불은 고시원 3층 출입구 근처의 호실에서 발생해 2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고시원 거주자 27명 중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부상 정도가 위중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들은 고대안암병원, 서울백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한강성심병원, 한양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인근 병원 7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색 종료 직후 감식반을 투입하고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확보에 들어가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